성인ADHD/ADHD 치료 일기

내가 처음 성인 ADHD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생각들 (ADHD 수용 과정)

류민지 2020. 5. 14. 22:35

오늘은 내가 처음 ADHD가 아닐까?

진지하게 고민했던 당시의 상황과 느꼈던 생각들, 감정들을 적어보려 한다.

나도 내가, ADHD를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다.

집중을 못한다고는 생각해봤어도, ADHD라니..

하지만 나에게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인식한 후,

나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문제점을 회피하기보다는 직면하게 되었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실 수용하는 과정이, 심리학에서 주로 나오는 분노의 5단계같았다. 

분노- 부정- 타협- 우울- 수용 과정을 거쳤던 것 같다.

 

항상 지저분하고, 정리 안되고, 계획없는 삶을 살기는 했지만, 이것이 나의 성격의 문제인줄 알았고 그것을 ADHD라고는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사실 마음속에서는 그 사실을 거부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으니 당연히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정리를 안 하고 사는 줄 알았다..

하지만 대학교에 들어와 기숙사 생활을 하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어떻게 계획하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를 알게 되었고 그게 나의 삶의 Turning Point가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생각보다 정돈되어있었고, 삶을 계획하며 살았다.

나는 항상 계획만 세웠지, 집에서 빈둥대며 놀았다. 항상 내 기분이 먼저였고 무언가의 틀에 박혀 사는 삶을 기피했다.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들을 보니, 현실이 직시되었고 내 삶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나는 왜 이렇게 어지럽게 늘어놓고, 정리도 안하고 살까?

나는 왜 이렇게 계획을 지키지 않을까?

나는 왜 이렇게 시간을 못 맞추고 지각을 할까?

나는 왜 이렇게 잡생각이 많고 집중을 못할까?

나는 왜 이렇게 덜렁댈까?

 

 

 

계속 나에대한 생각을 깊게 하다 보니, 결론은 나왔다.

그렇다. 나는 ADHD이다. 그때가 2020년이었다. 대학교 졸업 후, 취업 전이었다.

 

 

 

사실, ADHD라면 공감할 수도 있다. 어렸을 때 내가 ADHD같다는 말을 가족에게 한번 들었었다. 오빠로부터였다. 공부를 할 때 내가 집중을 못하는 사실 때문이었다. ADHD라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시작된 질병이니, ADHD를 가진 사람이라면, 아마 어렸을 때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ADHD 아니냐는 이야기는 들어봄직 하다. 나는 과격하고 공격적이지는 않았으나 어렸을 때부터 지루함을 많이 느끼고 나 혼자의 생각에 빠졌던 것 같다. 그리고 사람들과의 대화에 참여하지않고 대화 하는 것이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했다. 또한 학습이 많이 늦어 항상 방과 후 학습을 했고, 중학생 때까지 구구단을 못 외울만큼 학습이 굉장히 느렸다. 중학생 때까지 구구단을 못 외우는 사람이 있냐고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나, 나는 그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 할만큼 어렸다.

 

 

 

부모님은 알아채지 못하고 병원에 미리 데려가지 않았느냐 묻는다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ADHD라는 질병 자체를 몰랐을 것이다. 또한 나는 조용하고 또 친구들과 잘 지내는 것 같으니 큰 걱정을 하지 않으셨을 것이다. 공부를 잘하지는 못하나 그리 못하는 편도 아니고 맞벌이를 하시며 나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다른 가족들도 그러리라 생각하는데, 가족끼리 티비를 보며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지, 얼굴을 보며 오늘 무엇이 힘들었는지 대화하는 시간은 많지 않을 거라 생각 한다. 부모님을 탓할 마음은 정말 없다. 나도 내가 ADHD인줄 몰랐으니 부모님은 모르는 것이 당연지사라.

 

 

 

그러나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었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후회는 하지않기로 했고, 지금이라도 알아 다행이라 생각한다. ADHD의 원인은 아직 불명확하지만, 그 중 꼽히는 것으로 유전적 소인도 있을 것이라는 설도 있다. 그렇다면, ADHD를 가진 부모는 자식이 ADHD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을까? 나는 그에 대한 답은 부정적이다. 물론 사람마다 ADHD의 정도는 차이가 있겠지만 부모가 ADHD를 지니고 있다면 자신의 자식이나 사람들도 비슷할 거라는 생각을 하게되기 때문이다.

 

 

 

내가 ADHD라는 것을 확신했을 때, 나는 안도감이 들었다.

아. 내가 이토록 덜렁대고 집중을 못했던건 다 이유가 있었구나 다행이다.

내 삶에 빠져있던 나사를 하나 찾아 조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에 감사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