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가 콘서타 27mg을 처방받고, 복용 후 첫날 느꼈던 솔직 후기를 적어보려 한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검사를 받고, 성인 ADHD 약을 처방받았다. 선생님은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지만, 약의 효과가 빨리 나타날 수 있는 콘서타를 선호한다고 하셨고, 보통 콘서타는 몸무게의 절반 정도를 처방하는데, 나는 그보다 높은 27mg을 주신다고 하셨다.
2주일 분을 처방해주셨다. (내가 일 때문에 자주 못 오니 2주일 분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요청드렸다.)
그리고 약의 효과가 약해지는 느낌을 받으면 증량하자고 하셨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검사받고, 진단받은 시각이 약 밤 9시쯤이라 다음 날부터 약을 복용했다.
아침부터 복용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일어나자마자 먹었고 아침 7시 20분쯤 빈속에 먹었다.(콘서타는 공복에 복용해도 된다는 점이 정말 큰 장점인 것 같다!)
먹자마자 씻으러 갔는데, 씻은 후 먹을걸이라며 후회했다. (내 정말,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약을 복용 한 다음, 사우나나 샤워 등을 하면 몸의 혈액순환이 평소보다 잘 되어 약의 효과가 금방 나타나거나 부작용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사실은 상관없다ㅋㅋㅋㅋㅋ약을 만든 사람들이 사람들이 약을 먹고 샤워를 하는 것을 생각 안 하고 만들었을 리 없다.)
하이튼, 그렇게 씻으러 간 후 머리를 감는데, 정말.. 놀랐다 계속 웃음밖에 안 나왔다. 웃겼다. 정말 웃겼다. 어이가 없었다. 머리를 감는데, 손에 샴푸가 묻고, 샴푸가 내 두피를 감싸는 느낌이 너무 생생했다. 촉감이 이렇게 민감하게 느껴졌던 건 처음이었다. 우와. 어이없어. 다들 이렇게 살았던 거야?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나는 가짜 세상에서 살고 있었던 거야?라는 마음의 소리가 밖으로 나올 뻔했다.
그리고 샤워를 할 때 항상 노래를 들으며 씻었는데, 나는 항상 노래를 하러 화장실을 간 건지, 샤워를 하러 화장실을 간 건지 모를 정도로 노래에 흠뻑 젖어 머리를 너무 오래 감은 적도 있었다.(물론 출근 준비 시간에는 자제하기는 하지만) 그런데 그 날은 노래는 하나도 귀에 들리지 않고 촉감에 너무 신기해했다. 하지만 샤워도 어떤 순서로 해야 할지 체계가 잡혔고, 그에 따라 하니, 평소보다 화장실에 늦게 들어갔는데 평소랑 똑같은 시간에 끝났다. 출근 준비를 머릿속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착착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일 하러 가서는 기분이 엄청 up 되었다.
모든 것이 행복하고, 잡생각이 안 들고 내가 하는 일에 집중되는 느낌.
원래는 조용하고 최대한 가만히 있는 편인데, 이렇게 활기차 본건 처음이었다. 아마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왜 갑자기 내 성격이 밝아지고 활기차 졌지?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제일 좋았던 건, 평상시에는 남의 눈치를 많이 보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다른 사람을 관찰하는 것이 습관이었는데(그래서인지 눈치 빠르다는 말은 많이 들었었다.) 약을 먹은 후, 나에게 집중이 되고, 내가 하는 일에 집중이 되고, 책의 글씨에 집중이 되었다. 시야가 좁아졌다고 해야 하나. 사람들의 시야는 180도이지만, 나는 평소에 240도 정도를 보며 상황을 파악하고는 했던 것 같은데, 시야가 좁아지는 느낌이 들며 대략 90도 정도만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내가 읽고 있던 책의 글자들이 내 눈으로 튀어 오를 만큼 집중이 잘되는 경험을 해서 신기했었다.
무언가를 할 때 일이 착착 순서대로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정리되어 너무 좋았다. 밝아진 내 모습도 좋았다.
부작용이라면, 목이 계속 말랐다. 계속 말을 하다 보면 목소리가 갈라질 정도로 목이 말랐다. 점심에 누워서 잘 때는 목에 수분이 없어 침을 삼킬 때마다 소리가 났다. 그리고, 심박동이 평소보다는 조금 빨리 뛰는 게 느껴지긴 했다. 그렇지만, 그것들이 그렇게 많이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 말고는 불면증도 없고, 딱히 생각나는 부작용은 없었던 것 같다. 아마 불면증이 없는 이유는 내가 약을 이른 시간에 먹었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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